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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퍼스트펭귄 | 김철우 바이오인프라 대표] 5ml 혈액으로 6대 암 검사

기사|2016-07-25

“호기심과 기대로 사업을 시작했다. 내 연구가 어떻게 응용되는 지 호기심이 생겼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들었다.” 대가는 혹독했다. 2001년 시작한 사업은 13년이 지난 2014년에야 매출을 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다음 연구과제에 다시 호기심과 기대를 가지고 있다.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는 수십 만종의 단백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정 질병에 걸렸다면 몸 속에 특정 단백의 변화가 있다는 걸 의미한다. 병의 원인과 발생 과정을 연구하는 병리학계에선 20세기 중반부터 특정 질병에 걸린 환자의 단백과 정상인의 단백을 비교해 질병이 만들어낸 단백의 차이를 연구해왔다. 최근 이런 기술을 활용해 소량의 혈액을 분석, 다양한 질환을 검사하는 체외진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헬스케어 기업인 스위스의 로슈(Roche), 미국의 애보트(Abbott) 등도 체외진단 시장에 뛰어들었고 미국의 이그잭트 사이언스(Exact Sciences)나 버밀리언(Vermillion), 영국의 온크이뮨(Oncimmune)은 벤처기업이지만 탄탄한 기술력을 가진 체외진단 기업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 모두 단일 암 위주의 검사 기법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바이오인프라는 검사자의 혈액 내 19개의 특정 단백을 비교 분석해 폐암·간암·위암 등 6대 암의 발병 위험도를 측정하는 ‘스마트 암 검사(체외진단 다지표 검사)’ 회사다. 채혈 후 결과 통보까지는 일주일 걸리고, 정확도는 암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평균 90% 정도다. 60조원 규모로 커진 체외 진단시장에서 단일 표지자가 아닌 복합 표지자로 여러 개의 암을 한번에 진단하는 기술을 가진 곳은 바이오인프라가 유일하다.

채혈 후 결과 통보까지 일주일, 정확도 평균 90%

서울 연건동에 자리한 바이오인프라 회의실에서 김철우(64) 대표를 만났다. 그는 서울대 병리학과 교수로 암 세포의 특성을 연구하다 회사를 설립했다. “암 환자의 단백 특성을 파악해 피검자의 단백과 비교 분석하면 암을 조기에 찾아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실험실에서의 내 연구가 실제 어떻게 응용될 수 있을까 호기심도 생겼고 내 아이디어가 사회에 기여할거란 기대감도 있었고요.”

2001년 김 대표는 2억5000만원으로 회사를 시작했다. 주변 교수·친구들이 김 대표의 아이디어에 1000만원부터 많게는 수천 만원을 보탰다. 직원은 기초과학 연구원 5명. ‘서울대에서 경영과 가장 거리가 먼 사람’이란 소릴 듣던 그는 연구와 경영을 병행했다. 가족에겐 자세히 알리지 않아 아내와 딸은 ‘연구를 좀 더 전문적으로 하나 보다’라고만 생각했다.

2년이 채 되지 않아 동료 교수들은 본업으로 돌아갔다. “좋은 아이디어가 좋은 사업이 된다는 보장이 없었고 굳이 안정적인 연구환경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고 이해합니다. 하지만 내 아이디어니 난 책임지고 싶었어요.” 김 대표는 자신의 땅과 집을 팔아 돈을 마련했다. 월급이 10개월까지 밀린 적도 있지만 단 한 명도 나간 사람은 없었다. 자금난이 계속됐지만 연구도 계속됐다. 2007년까지 서울대병원에서 정보 제공에 동의한 암 환자 3000명의 단백과 정상인 4200명의 단백을 비교·분석해 200여 개의 특정 단백을 찾아냈다. 이 과정에서 암 세포가 만들어 낸 단백뿐 아니라 암 환자만이 가진 독특한 단백의 변화도 찾아냈다. 각 단백의 기여도와 검사비를 고려해 비교할 단백 수는 19개로 추렸다. 치료와 수술이 간단해진 갑상선암을 제외하고 발병률이 높은 6대 암을 검사 대상으로 했다.

다음 과제는 검사의 정확도. “암 환자와 정상인의 단백을 비교·분석하기 위한 알고리즘을 만들어 내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중요한 순간에 우연히 김용대 교수님을 만났어요.” 미국에서 바이오 통계를 연구한 서울대 통계학과 김용대 교수가 김 대표의 연구에 관심을 가졌고 합류했다. 김 대표는 “김용대 교수가 합류해 19개 단백과 6대 암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기존 알고리즘을 보강했고 검사 정확도도 높아졌다”면서 “이 알고리즘에 곧 이름을 지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철우 대표는 “6대 암을 한 번에 검사할 수 있는 건 동양 특유의 통합적 사고방식 덕분”이라고 했다. 폐암과 위암 등 각각의 암을 다른 질병으로 보는 미국 등 서양에선 하나의 암에 하나의 단백을 이용해 검사하는데, 김 대표는 폐암이든 위암이든 동일한 암 카테고리에서 생각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기존 단일 암 혈액검사의 정확도는 50~60%로 알려져 있고 대장암을 검사하는 미국의 이그잭트 사이언스나 폐암을 검사하는 영국의 온크이뮨 등 체외진단 기업은 한 가지 암만 검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몇 년 전 김 대표의 친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폐암이라는데, 네가 혈액으로 암을 검사한다고 들었어. 검사를 받아보고 싶어.” 검사해 보니 암 확률은 거의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친구는 다시 병원을 찾아 CT촬영을 했고 의사로부터 “여전히 암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을 들었다. 조직검사를 앞두고 다시 김 대표를 찾아왔다. 난감했다. 역시 확률이 낮게 나왔기 때문이다. 다시 병원으로 간 친구는 조직검사 전 CT촬영을 했고 의사에게 의외의 말을 들었다. “염증이었네요. 암으로 보였던 음영이 사라졌습니다. 암이 아니었어요.” 김 대표와 직원들은 더욱 검사 정확도에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기술력과 함께 검사 정확도가 올라가니 주변의 관심도 커졌다. 지난해에만 정부 기관과 기업, 개인으로부터 18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2012년에는 보건복지부로부터 보건신기술 인증을 받았고 단백 조합을 통해 지금까지 한국과 미국에서 폐암, 위암, 대장암 진단 등 20개의 특허도 등록했다. 연구기간 동안 SCI급 논문은 210여 편을 등재했다. 암 검사로 매출도 발생하기 시작해 2014년엔 6억원, 2015년엔 15억원을 기록했다. 올 해도 두 배 이상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미국·중국·두바이의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직원도 40명으로 늘었다. 최근엔 세계 최초로 새로운 형태의 단백 2종류도 발견했다. 김 대표는 “임상에 활용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80억원의 투자 유치

최근 의료계는 치료 중심에서 예방·진단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일반적으로 폐암이나 간암 환자의 경우 1,2기에 발견하면 60~70% 정도인 생존률이 3,4기엔 15% 미만으로 낮아진다”며 “의료기술이 아무리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초기에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짧은 시간, 간단한 절차가 강점인 체외진단 다지표 검사가 더욱 일반화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년 교수 정년을 맞는 김 대표는 새로운 연구에 들떠있다. “고령화 사회가 될수록 암 환자는 늘어납니다. 현재의 영상기기로는 암 종양세포 크기가 1cm는 돼야 확인할 수 있어요. 혈액 내 순환하는 종양세포를 추출하는 신기술과 현재 우리 기술을 결합해 암의 재발과 전이 유무를 더 빨리 찾아낼 겁니다.”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